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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손수레를 밀며 이른 새벽부터 거리를 누비는 노인의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60세 이상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9.4%로, 청년층(15~29세)의 49.5%와 사실상 같은 수준이다. ‘노년=은퇴’라는 고정관념은 무너지고, 노인들이 본격적인 경제 주체로 등장하고 있다.
◆은퇴 없는 사회, 일터로 향하는 노인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하지만 고령화 가속화와 함께 생계를 위한 ‘일자리 찾기’가 급증하면서 지금은 청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통계상의 숫자 상승을 넘어, 고령사회에서 노인의 역할과 경제적 지위가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노인 노동의 증가에는 퇴직 이후 새로운 일자리를 찾으려는 개인의 노력과 정부의 재취업 지원 정책, 지자체의 일자리 프로그램 등이 결합된 결과가 반영됐다. 그러나 이면에는 뿌리 깊은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노동시장 세대역전, 사회적 경고음
고령자들의 경제활동이 증가하는 반면, 청년층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정체 또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고학력화와 취업난, 불안정한 경제 여건 속에서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사이, 생계 유지를 위해 다시 일터로 나서는 노인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노인의 노동이 청년의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단순 구도가 아니다. 오히려 청년과 노인 모두가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기 어려운 사회 구조 속에서 세대 간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생계형 노동에 내몰린 노인들
문제는 많은 노인들이 자발적인 경제활동보다 생계를 위한 ‘생존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OECD 국가 중 최상위 수준이며, 공적 연금 수령액은 월평균 80만 원 안팎으로 생계를 유지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 결과, 폐지 수거, 택배 분류, 경비, 청소 등 저임금·고강도 직종에 종사하는 고령자들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를 ‘노인의 경제활동’이 아니라 ‘노인의 생존노동’이라 부른다.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가 고령자들을 취약 노동시장으로 밀어 넣고 있는 것이다.
◆고령자 노동, ‘기회’가 되려면
고령자의 경제활동 증가를 단순히 ‘고령화 대처’나 ‘인력 부족 해소’로만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지금은 고령 노동을 미래 국가경쟁력의 한 축으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노인의 노동을 부담으로 보지 않고, 축적된 경험과 기술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적연금의 실질적 확대, 고령 친화적 일자리 창출, 직업 재교육과 건강관리 프로그램 확대 등 다각도의 정책적 접근이 요구된다.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중요한 것은 그 속도를 따라잡는 사회의 준비다. 노인의 경제활동 확대가 개인의 생존이 아닌, 국가의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이 되려면 이제는 ‘노동하는 노인’이 아닌 ‘존중받는 노동자’로서의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mankyu1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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