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역 주변을 오가는 시민들
【서울발】 청년 고용시장의 균열이 가시화되고 있다. 올해 2월 기준, 학업이나 취업 준비 등 뚜렷한 활동 없이 사실상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청년 ‘쉬었음’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50만 명을 돌파했다.
여기에 단시간 근로자와 장기 실업자도 동반 증가하면서 청년층 전반에 걸친 고용 불안과 심리적 탈진이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8일 발표한 『최근 청년 고용시장의 3가지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청년 고용시장의 뚜렷한 변화로 △쉬었음 인구 증가 △단시간 근로자 증가 △장기 실업자 증가를 제시했다. 특히 ‘쉬었음’으로 분류된 청년 인구는 50만 4,000명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최초로 50만 명 선을 넘어섰다. 이는 단순히 구직활동을 미루는 수준이 아니라, 사회와 경제활동 자체에서 이탈하고 있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들 ‘쉬었음’ 청년 중 약 71%가 과거 취업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보고서는 “노동시장 진입조차 시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취업 이후 반복된 이직과 열악한 근로환경에 지친 청년들이 구직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월 기준 ‘쉬었음’ 청년 증가분의 87.9%가 취업 경험자였다는 수치는 이 같은 현상을 뒷받침한다.
이와 동시에 청년층의 고용 형태도 불안정해지고 있다. 주 36시간 미만의 단시간 근로자는 128만 5,000명으로 전년 대비 4.9% 증가한 반면, 전체 청년 임금근로자는 353만 명으로 5.6% 감소했다.
특히 자발적으로 시간제를 선택했다는 응답이 전체의 70.9%에 달해, 청년들이 장시간 근로보다 유연한 형태의 일자리를 선호하거나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장기 실업 문제도 심각하다. 6개월 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 장기 실업자는 6만 9,000명에 달한다. 이는 고용시장 내 구조적 미스매치와 구직 포기 현상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지표다.
전문가들은 이번 보고서가 단순한 고용 통계를 넘어 청년세대의 전반적인 삶의 불안정성을 경고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반복된 실패 경험 속에서 노동시장 자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 현재 상황의 본질”이라며 “직업훈련과 상담, 멘토링 등 심리적·사회적 지원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이탈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과제는 분명하다. 청년을 단순한 노동력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삶의 궤도에 맞춘 맞춤형 고용정책이 절실하다.
안정된 단기 일자리 확대, 실질적인 직업훈련 프로그램, 사회적 연결망 회복을 위한 통합 지원이 필요하다. 청년이 사회와 연결되어 있다는 신뢰를 회복하지 않는 한, 50만 명이라는 숫자는 곧 더 깊은 고용 위기의 서막이 될 것이다.
mankyu1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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