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를 돕기 위해 AI를 활용한 이미지
“환자를 둔 가족은 ‘간병’이라는 병에 걸린다. 빠져나올 수 없는 개미지옥에 갇힌 고통이다.”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환자샤우팅카페’ 행사에서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전한 한 간병 가족 손씨의 목소리는 간병 현실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날 연합회는 “입원 환자가 고액의 비용 없이 간병을 받을 수 있도록 건강보험을 통한 간병비 급여화가 시급하다”고 촉구하며, 중등도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단계적 도입을 제안했다. 이는 단지 개인이 아닌 사회가 함께 짊어져야 할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국은 2024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그 여파로 간병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가정이 사적으로 부담한 간병비는 2023년 기준 10조원을 돌파했다. 같은 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이용자는 246만 명으로, 2019년의 139만 명 대비 무려 77% 늘었다. 하지만 이는 전체 입원 환자 중 일부에 불과하며, 여전히 수많은 가족이 사적 비용으로 간병 문제를 떠안고 있다.
이처럼 국민적 부담이 커지자 오는 6월 3일 대선을 앞두고 주요 후보들도 ‘간병비 급여화’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모두 “요양병원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전면 확대를 통한 무상 간병 실현을 공언했다. 세부 방안은 아직 미비하지만, 간병을 더 이상 개인이 떠안아서는 안 된다는 인식은 후보 간 공통된 입장이다.
그러나 현실적 장벽도 높다. 간병비 급여화를 위한 재정 추계는 최소 3조6000억 원(시민단체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최대 15조 원(건강보험연구원)까지 추산된다. 적용 범위, 간병 서비스 수준에 따라 소요 비용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 시점에서 재정 확보와 제도 개편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서울 소재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요양병원 병상 수는 OECD 평균 대비 9배에 달하고, 180일 이상 입원 환자가 60%를 넘는다”며 “구조조정 없이 간병비 급여화를 단행하면 비효율적이고 고비용 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복지전문가는 “국민건강보험과 별도로 ‘간병보험료’를 신설해 6~8% 수준으로 부과하면, 사적 간병보다 저렴하게 돌봄체계를 갖출 수 있다”고 제안했다.
고령사회로 진입한 대한민국에서 ‘간병’은 더 이상 사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국가 차원의 지속가능한 돌봄 체계 구축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이번 대선을 계기로 실질적 논의가 진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mankyu1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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